타츠히토 호리코시
Tatsuhito Horikoshi
작가노트
모든 인간은 저마다 비밀을 간직하고 있다.
나는 사람들이 말하는 것보다 말하지 않는 것에 더 관심이 있다. 말로 표현되지 않은 그 부분에서 한 사람의 본질적인 무언가를 엿보게 되고, 나는 그것에 깊이 매료된다.
작가로서 나는 다양한 자리에서 자신의 생각을 드러내고 설명하기를 요구받곤 한다. 그러나 나는 그러한 방식이 늘 편안하지만은 않았다. 모든 것을 말할 필요는 없다. 내가 그리는 인물들은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다. 그들은 그저 조용히 서서 인간이 지닌 이러한 면모를 보여준다. 나는 어딘가 비밀을 간직한 듯한 인물들에게 끌린다. 보는 이가 그 인물들에게 저마다의 다양한 감정을 투영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수많은 물감의 층을 쌓아 올리는 과정을 거쳐 한 점의 그림을 완성한다. 그렇게 완성된 화면은 붓질의 흔적이 드러나지 않는, 지극히 평면적인 표면으로 남는다. 그러나 눈에 보이는 그 표면 아래에는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시간과 시행착오의 흔적이 켜켜이 쌓여 있다. 나는 이러한 작업 과정이 내가 생각하는 인간의 모습을 표현하는 데 더없이 적합하다고 느낀다.
오늘날 모든 것은 엄청난 속도로 소비된다. 새로운 콘텐츠가 끊임없이 만들어지지만, 그것들은 곧바로 잊힌다. 회화는 상대적으로 느린 매체다. 이 시대에 느림을 택한다는 것은 용기가 필요한 일이지만, 나는 느리게 가는 시계를 차고 살아간다. 언젠가 빠른 삶에 지친 사람들이 ‘느림’의 가치를 다시금 발견하게 되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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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때그때 변화하는 관심사를 출발점으로 삼아, 인간을 주인공으로 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내 영감의 원천은 영화와 음악을 비롯한 대중문화, 도시의 삶, 현대인이 겪는 외로움과 정신건강의 문제, 개인의 역사와 성적 정체성, 식물 등 다양한 영역에 걸쳐 있다.
나는 이러한 것들 속에서 발견한 작고 사소한 깨달음과 통찰을 수집하고 조합하여,
캔버스 위에 현실과 환상이 병치된 세계관을 구축한다.
그렇게 탄생한 이미지에는 나 자신과 끊임없이 내면의 대화를 나누는 과정에서 바라본 세상과 동시대 사회의 분위기가 투영되어 있다.
나는 인체의 형태를 변형하고 사실적인 묘사를 덜어냄으로써, 관람자가 화면 속 인물들에게 보다 쉽게 감정적으로 다가갈 수 있도록 하고자 한다. 인물의 얼굴을 가리는 개성적인 선적 요소와 모티프들은 만화와 애니메이션을 떠올리게 한다. 어린 시절부터 만화와 애니메이션에 둘러싸여 성장한 나에게, 이러한 요소들은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매개체이기도 하다. 그것들은 어린아이와 같은 호기심과 장난기, 모험심, 그리고 꿈의 소중함을 다시 일깨워준다. 동시에 고통스러운 현실과 삶의 어려움에 맞설 수 있게 해주는 수단이기도 하다.
내가 그리는 초상에는 순수했던 시절의 나 자신을 향한 질문 또한 담겨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