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영일·오세열, 나이프로 그림 위에 젓는 인생의 노

안영일, ‘물(Water) G7’. 캔버스에 오일, 101 x 86cm. 2004.(사진=갤러리조은)

붓이 아닌 팔레트 나이프를 이용해 색점들을 그리며, 햇빛이 쏟아지는 형형색색 찬란한 바다의 모습을 구현하는 재미작가 안영일. 그리고 나이프의 뾰족한 끝부분을 이용해 순진무구한 어린아이가 칠판에 낙서하듯 동심의 세계를 서정적으로 그려내는 오세열. 두 작가의 전시가 갤러리조은에서 6월 20일까지 열린다.

안영일은 1934년 개성에서 태어나 도쿄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고, 국전에서 추천작가로 선정되며, 국내 화단에서 천재소년 작가로 불리기도 했다. 1966년 미국 로스앤젤레스로 이주 후 50년간 현지에서 활동을 이어왔으며, 캘리포니아에 위치한 로스앤젤레스 LA카운티 미술관(LACMA)에서 한국인 최초로 개인전을 가지며 주목받았다.

그는 3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바다를 탐구해 그려낸 물(Water) 시리즈로 대중에게 익숙하다. 출렁이는 물과 태양아래 빛나는 현란한 색조의 변형을 이룬 작품이다. 멀리서 보면 하나의 강렬한 단색으로 그려진 평면의 캔버스로 보이지만, 근접해서 보면 정사각형들 사이로 빛이 흘러 나오듯 다양한 색상의 모자이크 형상을 찾아볼 수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그의 대표작 ‘물’ 시리즈를 비롯해 그간 공개되지 않은 새로운 이미지들이 담긴 신작들을 볼 수 있다.

오세열, ‘무제(Untitled)’. 혼합 미디어, 117 x 91cm. 2017.(사진=갤러리조은)

오세열, ‘무제(Untitled)’. 혼합 미디어, 117 x 91cm. 2017.(사진=갤러리조은)
오세열의 그림엔 사람의 얼굴과 몸, 나열된 숫자, 단추, 꽃, 넥타이 등 일상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소재들이 등장한다. 그 지향점은 ‘순수했던 유년으로의 복귀’다. 지난 3월 주프랑스 한국 문화원에서 열린 오세열 개인전을 앞두고 현지의 미술평론가 프랑스와 앙리 데바이유는 “오세열의 작품은 전 세계 모든 사람들이 나눈 유년시절의 기억들을 담은 음악과 같다. 유년기는 그가 매일을 살게 하는 중요한 요소로 작가는 항상 유년기를 탐구하고 연구한다”고 말했다.

오일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 오로지 유화물감만을 사용해 무수히 덧대 칠해진 물감의 흔적에서는 그의 시간의 ‘무게’가 고스란히 느껴진다. 마치 사람의 얼굴에 생기는 인생 주름과 같은 느낌이다. 그래서 오세열의 그림은 ‘무의식 속에 그려진 어린아이 그림’ 같기도 하지만, 그 가운데 현대인의 마음을 움직이고 치유하고자 하는 작가로서의 의식 또한 느껴진다.

갤러리조은의 조은주 큐레이터는 “어느덧 80대와 80대 중반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두 작가에게 ‘나이프’란 마치 바다를 건너기 위해 선원에게 주어진 노와 같다. 서로 다른 방법으로 바다를 건너겠지만, 이들이 바라보고 그려낸 그림 속에는 공통적으로 아름다운 인생이 담겨 있다”며 “오늘도 설레는 마음으로 캔버스 앞에 앉는 두 거장의 그림 속 따뜻한 메시지를 꼭 전달받길 바란다”고 말했다.

▲ CNB저널, CNBJOURNAL, 씨앤비저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