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나아트·필립스경매까지 입성…한남 아트로드 뜬다

`사운즈 한남` 빌딩에 화랑·경매사 동시 입점
맛집, 패션·뷰티 숍 즐비한 핫플레이스…젊은 컬렉터와 외국인들도 겨냥

26일 서울 한남동에 위치한 빌딩 `사운즈 한남`에 입점한 가나아트한남 전시장에서 사람들이 작품을 감상하고 있다. 아래층에는 필립스경매 한국사무소가 자리 잡고 있다. [김호영 기자]


지난 25일 서울 한남동 라이프스타일 빌딩 `사운즈 한남`에 미술계 관계자들이 몰려왔다. 2층에서는 가나아트한남 개관전 `장유희_투 두 리스트(To Do List)` 오픈 행사가 열리고, 1층에서는 222년 역사를 지닌 필립스 경매 한국사무소가 문을 열었기 때문이다. 화랑과 경매사가 한 건물에 나란히 둥지를 튼 것은 이번이 두 번째. 서울 팔판동에서 크리스티 경매 한국사무소와 갤러리 페로탕이 건물 위·아래층에 자리 잡고 있다.

서울 평창동에 위치한 가나아트갤러리와 세계 3대 경매사인 필립스는 왜 `사운즈 한남`에 분점을 냈을까. 젊은 세대와 외국인 컬렉터들을 잡기 위해서다.
인근에 고급 주택가와 외국 대사관, 특급 호텔, 맛집, 패션·뷰티·디자인 숍이 밀집해 있어 20~40대 트렌드세터들의 성지가 되고 있다. 더욱이 삼성미술관 리움과 디뮤지엄, 현대카드 스토리지, 페이스갤러리, 백해영갤러리 등으로 이뤄진 `한남·이태원 미술 벨트`가 조성돼 있다. 서울 강남과 강북 컬렉터들이 모두 접근하기 좋은 입지 조건도 매력적이다. 가나아트갤러리는 블루칩 중견 작가 중심으로 운영되는 평창동 사옥과 달리 신진 작가를 키울 공간을 물색하고 있었다. 때마침 요즘 젊은이들 사이에 뜨고 있는 라이프 스타일 빌딩 `사운즈 한남`에서 입점 제안이 들어와 안성맞춤이었다. 브랜드 디자인 기업 JOH가 개발한 이 빌딩은 요즘 인기를 끌고 있는 백반집 `일호식`, 레스토랑 `세컨드 키친`, 베이커리 카페 `콰르텟`, 안경점 `오르오르` 등이 입점해 있는 데다 6월 대형 서점 `스틸 북`, 뷰티 브랜드 `이솝`, 패션 브랜드 `마가렛 호웰`, 스파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


이정용 가나아트갤러리·가나아트한남 대표는 “강남에서 공간을 찾다가 이곳을 선택했다. 필립스 경매와 같이 입주하면 시너지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외국에서 통하는 개성 강한 젊은 작가 전시를 열 계획”이고 말했다. 그의 예상은 적중했다. 27세 젊은 작가 장유희의 재기 발랄한 100호 그림 8점 중 6점이 정식 오픈하기도 전에 팔렸다. 가격은 700만원대로 30대 후반~40대 중반 컬렉터들이 구입했다.

필립스 경매 한국 사무소는 다음달 홍콩 경매에 출품되는 `20세기 및 동시대 미술 & 디자인 이브닝 경매`와 `홍콩 시계 경매` 출품작 중 31점을 26~28일 전시한다. 팝 아트 거장 앤디 워홀이 1962년 배우 메릴린 먼로가 사망한 직후 완성한 희귀작 `투 메릴린스`(추정가 30억~40억원)를 비롯해 애니시 커푸어, 세실리 브라운, 장 드뷔페, 우고 론디노네, 김창열, 정상화의 작품들을 선보인다.

릴리 첸 필립스 아시아 본부장은 “크리스티, 소더비와 달리 현대미술에 집중해 한국 젊은 컬렉터들 취향에 잘 맞는다. 한국 젊은 컬렉터들이 역동적으로 외국 작품을 구입하고 있어 한국 사무소를 오픈했다”고 밝혔다. 윤유선 필립스 한국사무소 대표는 “2년 전부터 공간을 찾다가 젊은 에너지가 넘치는 한남동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한남·이태원 미술 벨트`는 2004년 개관한 리움, 2015년 개관한 디뮤지엄을 중심으로 구축됐다. 1977년 이태원에 문을 연 터줏대감 백해영갤러리, 2007년 이태원으로 이전한 표갤러리에 이어 갤러리비선재, 갤러리조은, P21, 세계적 화랑인 페이스갤러리 등이 속속 입점하면서 화랑 메카로 거듭나게 됐다.

서울 청담동 네이쳐포엠 빌딩에서 11년간 둥지를 틀었던 박여숙화랑도 오는 6월 이태원동 경리단길 신사옥으로 이주할 예정이다. 신사동 가로수길 어반아트 역시 이곳에서 새 둥지를 틀게 된다.

[전지현 기자]